원소주 대란에 이어 최순실 맥주?

편의점에 부는 프리미엄 주류 바람

브랜드저널 승인 2022.07.18 16:12 의견 0
원소주 포스터 ※출처: GS25


서울 마포구에서 지에스(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원소주 스피릿’ 때문에 못 살겠다고 푸념을 했다. 지난 12일부터 지에스25 단독으로 판매 중인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 발주 물량이 18일부터 일주일에 12병에서 6병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매주 화요일·목요일·토요일 세 번, 매장마다 한 번에 4병씩 총 12병이 들어왔지만, 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돼 1회 2병씩 일주일에 6병으로 50% 줄었다. 이 점주는 “편의점 앱에 재고가 뜨는데 왜 안 파냐는 손님부터, 예약이라도 걸어달라고 졸라대는 손님까지 난리”라며 “6병 팔아 매상에 도움되는 것도 아닌데, 손님들 원성을 감당하려니 짜증이 난다. 차라리 안 판다고 써 붙일 작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점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편의점 점주들이 모이는 포털사이트의 카페와 편의점 알바생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원소주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편의점 알바생은 “새벽 두 세시에도 ‘원소주 있냐’는 전화가 오지를 않나, 예약판매 안 된다는데도 선불로 돈을 주고 갈 테니 빼놓아 달라고 하지를 않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포켓몬빵이 좀 잠잠한가 했더니 이번엔 원소주 때문에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에스25 단독으로 판매되는 원소주의 신제품 ‘원소주 스피릿’은 판매 시작 전부터 ‘품귀현상’을 빚을 것이 예상된 바 있다. 원소주 출시 당시 ‘오픈런’ 대란이 있었고, 온라인 한정 판매 때도 몇 초 만에 하루 판매 물량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에스25 점주들은 초도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떠들썩하게 광고를 한 본사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 편의점주는 “한 번에 2개씩 주면서 무슨 매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장사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한 달 치 판매 물량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로 포스터만 크게 만들어 붙이도록 독려한 것이냐. 도 넘는 희소성 마케팅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지에스25 쪽은 증류주의 특성 탓에 대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지에스25 관계자는 “요즘 매장마다 입고되는 대로 팔려나가는 통에 부득이 최대 발주량은 일주일에 6병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원소주, 주류 브랜딩 열풍에 "최순실 맥주"라고 불리던 맥주가 CU에서 판매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노스 코스트 브루잉이 만든 흑맥주 '올드 라스푸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리예비치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시기, 니콜라이 2세 황제의 신임을 얻어, 비선 실세로 활약했던 성직자다. 암살당하기 전까지 비정상적인 권력을 휘둘렀다는 점에서, 최서원(최순실)은 곧잘 라스푸틴에 비견되곤 했다.

맥주 앞에 뜬금없이 이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맥주의 스타일이 러시아에 수출되던 영국 맥주를 근간으로 했기 때문이다. 올드 라스푸틴은 '임페리얼 스타우트'로 분류되는 맥주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영국에서 러시아 제국에 수출한 고도수의 흑맥주다. 배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이동 과정에서 변질을 막는 것이 1순위였다. 그래서 홉을 다량 첨가해 도수가 높아졌고, 맥아를 늘려 단맛 역시 늘렸다.

올드 라스푸틴은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입문하기에 가장 좋은 맥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커피와 초콜릿을 연상케 하는 눅진한 맛, 허브를 연상시키는 홉향이 어우러져 강렬하다. 다양한 변주가 가미된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쏟아진 지금도, 최고의 맥주 중 하나로 불리고 있는 맥주. 접근성 역시 나쁘지 않다. 대형 마트에서는 한 병(350ml)에 7천 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 올드 라스푸틴이 국내 편의점 브랜드인 'CU'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병의 형태가 아니라, 보다 큰 500ml 용량의 캔에 담겨 7천 원가량의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 크래프트 맥주계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크래프트브로스' 역시 오는 22일부터 '라이프 서핑 IPA'를 CU에서 한정 판매한다. 라이프 서핑 IPA는 현재 크래프트 맥주계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뉴잉글랜드 IPA 스타일의 맥주로서, 열대 과일 주스와 같은 질감과 향을 자랑한다.

이들은 모두 대기업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위탁 생산)을 거쳐 생산된 맥주가 아니라, 양조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맥주들이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맥주를 구입하는 통로가 편의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퀄리티의 크래프트 맥주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크래프트 맥주의 편의점 입성은 높아진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수요와 무관하지 않다. '소맥'으로 귀결되는 기존의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과 분위기를 체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가성비' 대신 '가심비'를 쫓는 소비자의 증가는 주류 시장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지난 수년간 크래프트 맥주에 대한 수요 역시 높아져 왔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맥주는 와인이나 고급 증류주에 비해 '저렴하게 마시는 술'이란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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